이 곳은 낮은 산이기 때문에 빨리 가도 고산병 안 걸린다고 희성이가 반박한다. 결론이 안 나니까 애매하게 나한테 물어온다. -_- 빨리 걸으면 고산병 걸린다는 하영이 말도 맞고, 낮은 산이기 때문에 조금 덜하다는 희성이 말도 맞다고 했다. 하지만 산에서는 언제나 천천히 걷는 편이 좋다고 했다. 빨리 걸으면 주위의 아름다운 꽃도 나무도 잘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...(아, 어렵다)

목적지가 어디냐고 묻길래 나갈곳이라고 하니까 왜 이렇게 걸어가느냐고 조금 있으면 나갈곳 가는 버스가 온다고 3루피밖에 안하니 그 버스를 타고 가라고 한다. 버스가 있는데 왜 걸어가느냐고, 정말 이해 못하겠다는 듯이 우리 부부를 쳐다봤다. 아이들은 혹시나 우리가 버스를 타고 가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잠시 눈을 반짝거렸다. 남편이 다시 출발~!! 하며 먼저 휙 걸어가 버리니 아이들이 자리에서 쓰러지려고 한다. ㅎㅎ
처음엔 서로 배낭도 사이좋게 나눠 짊어졌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영이가 많이 힘들어하니까 희성이가 혼자 배낭을 다 졌다. 희성이는 아빠 따라서 아침마다 운동을 다녀서 그런지 꾸준하게 참 잘 걸었다.

"산신령님, 도와주세요" 하영이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산신령님을 찾는다.

어찌나 그 광경이 우습던지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았다

이리 달래고 저리 달래고 겨우 겨우 한 발씩 움직이게 해서 결국 나갈곳에 무사히 도착했다. 13시 45분이었다. 6시간을 거의 쉬지 않고 걸었던 것이다. 어렵게 숙소를 구해서 (성수기라 좋은 호텔은 예약없이 방 구하기가 힘들었다) 씻고 잠깐 쉬자며 다 함께 자리에 누웠다.

오른쪽 창으로 히말라야가 한 눈에 들어왔고 멋진 일몰을 꼭 봐야지 생각했었는데 그만 깜빡 잠이 들어 눈을 뜨니 이미 창밖으로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.
저녁 먹고 밖에 나가 총총한 밤하늘을 올려다 보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. 정말 깨가 쏟아지던 밤이었다. (깨 -> 별star) 겨우 구한 방 한 칸에 침대 두 개 붙이고 엑스트라 침대까지 끼워서 다섯이 나란히 누웠다. 누가 먼저 잠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.

깨우지 않았는데도 모두 아침 6시에 눈을 떴다.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며 모두 베란다에 나갔다. 눈 깜짝 할 사이 해가 솟아 올랐다. 아이들이 소원빌자고 야단이다. 그 빛으로 더욱 눈부신 히말라야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우린 잠시 침묵하며 온 몸으로 따스함을 느낀다.

아침을 먹고 다시 신발끈을 조여 맨다. 8시 산쿠를 향해 출발한다. 9시 Farm Hotel에 도착했고 10시 30분 비썸바라 마을에 도착했다.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한다. 오늘은 희성이까지 어깨가 아파서 배낭을 못 매겠다며 동생에게 자꾸 미루고 주저 앉는 시간도 더 늘어난다.

"얘들아, 나 다리도 아프고 배낭도 무겁고 도저히 더 못 걷겠어. 그냥 여기 있을래..니들끼리 잘 가.." 그랬더니 둘이 갑자기 내 양팔을 부축해주며 "엄마, 조금만 더 힘을 내요. 이제 다 왔어요. 조금만 더요 " 나를 챙겨주느라 둘이 더 바쁘다. 속으로 하하호호했다.

12시 15분 드디어 산쿠에 도착했다. 예전의 번성했던 시대는 끝났지만 한 때는 카트만두와 라사를 잇는 중요한 상업도로가 있었다는 산쿠에는 대부분 네왈리들이 살고 있다.